스무 살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이렇게 한국 팬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았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일본 공포만화 대가 이토 준지, 한국 최초 팬미팅 성료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 전시 연장 및 부산 투어 전시 기념 방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을 시작으로 일본의 공포만화 대가 이토 준지의 한국 최초 팬미팅이 지난 9월 27일 홍대 LC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이토 준지는 뜨겁게 맞아준 한국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00여 명만이 함께할 수 있는 소규모 행사로 개최되어 그야말로 피케팅을 방불케 할 만큼, 티켓이 오픈 되자마자 20여초도 되지 않아 매진이 되었고, 암표가 나도는 현상까지 벌어지며 열기는 시작부터 대단했다.
연예계 대표적인 덕후로 알려진 개그맨 이상훈의 사회로 진행된 팬미팅은 이토 준지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에서 처음 쓰는 TMI 프로필’ 이라는 순서로 포문을 열었다.
프로필의 처음인 이름을 쓰는 공간에 자신의 성인 ‘이토’를 한글로 쓸 수 있다며 직접 ‘이토’라고 적어 보이자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후 어릴 적 별명, 평소의 취미, 특기, 습관, 말버릇, 자신의 장단점들을 적어 내려가며 프로필을 작성해 나갔다. 말미에는 최근에 가장 크게 웃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가 곧이어 “바로 지금!”이라고 답하며 모두에게 감동을 안겼다. 연이어 스무살의 본인을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늘 이렇게 한국 팬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았어!”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말해 다시 한번 모두를 감동시켰다.
이어진 순서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밸런스 게임이었다. 질문마다 주어지는 두개의 예시 중 하나를 선택해 나가며 이토 준지 작가님과 같은 선택을 한 최후의 관객들에게 선물을 증정했다.
특히 밸런스 게임에서는 이토 준지 작가의 작품과 연계된 질문은 물론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는 익살스러운 질문들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신의 작품 속 최애 캐릭터로 소이치와 토미에 중 선택은 토미에였다. 소이치는 사람을 저주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늘 선택하지 않아 조심해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사거리 미소년과 아이스크림버스 중 사거리 미소년을, 뒷골목에서 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로 머리 없는 조각상과 목 메는 기구 중 목 메는 기구를 선택했다.
작품에 출연시키고 싶은 캐릭터로 마이멜로디와 시나모롤 중 마이멜로디를 택했고, 다시 태어난다면 순정만화를 그릴지, 무협만화를 그릴지에 대한 선택은 순정만화였다. 이유는 지금은 너무 무서운 것을 그리고 있으니 순정만화를 그려보면 좋을 것 같지만 아마 다시 호러만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민트초코에 대한 호 또는 불호 중 호를 선택하면서, 작품 아이스크림 버스에도 민트초코가 있었냐는 MC 이상훈의 질문에 당연히 있었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어 팬미팅의 하이라이트였던 라이브 드로잉이 펼쳐졌다. 이토 준지 작가는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한복을 입은 예쁘고 매력적인 토미에를 즉석에서 그려냈다. 10여분가량 그림을 그리는 동안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복을 입은 토미에의 탄생을 지켜보며 감동의 순간을 함께 했다.
팬미팅을 마치며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네번째, 다섯 번째 방문도 할 테니 많이 기대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공포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로 일본의 공포만화가 우메즈 카즈오와 코가 신이치의 호러 만화를 보고 나도 이렇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낙서처럼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포를 탄생시키는 비법에 대해서는 현실에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지만 그것을 정말 현실에 있는 것처럼 리얼하게 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작품의 소재와 아이디어는 일상생활에서 찾는데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을 일단 채택하고 그 다음 그 상황을 비틀어서 생각하고 반대로도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SF가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호러쪽으로 끌고 가는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소이치라고 답변하며 유년 시절 자신의 뒤틀린 성격이 두드러질 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최대한 강조하는 형식으로 캐릭터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는 역시 토미에였다. 데뷔작이기 때문에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며, 토미에의 탄생 배경에 대해 중학생 때 같은 반의 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었는데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때가 있었고 토미에는 그렇게 기묘하고 알 수 없는 느낌이나, 뭔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 계기가 되어 탄생된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어 이토 준지 작가가 스스로 생각하는 호러만화의 정의는 아름다운 것과 징그러운 것을 합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토미에는 바로 그 두가지를 다 가진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그림체에 대해서는 호러만화 뿐만 아니라, SF,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모든 만화들이 그렇듯이 현실에 없을 것 같지만 현실에 있는 소재를 최대한 쓰려고 하면서 독자가 그 그림 자체를 현실이라고 믿을 수 있게 그림의 설득력을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면서 반대로 뒤집어 보거나 빛을 비춰봤을 때 무너져 있는지 아닌지를 최대한 확인하면서 그리고 있으며 그것이 지금의 그림 스타일로 생겨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토 준지 작가는 실제로 어떤 것에서 공포를 느끼는가 하는 질문에는 무서운 게 많지만 죽음을 부르는 모든 것이나 죽음이 무섭다고 답했다. 자신의 초기 작품 중 ‘악마의 이론’이라는 아주 짧은 단편이 있는데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본인의 작품 중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토 준지 작가를 보면 공포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자신도 어릴 적 보았던 무섭고 섬뜩했던 공포만화들이 아직도 두근거리는 기억으로 남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며 다른 분들도 그런 느낌들을 계속해서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화뿐만 아니라 영화나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에도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호러를 찾았으면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오리저널 호러만화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고, 지금 그리고 있는 것은 원작이 있는 모비딕이라는 작품을 가지고 최대한 초자연적인 현상을 넣어가면서 호러만화로 만들어 가고 있다며 많이 늦어졌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연재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를 직접 관람하신 소감을 묻자, “내가 만든 캐릭터가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봤는데 배우분들이 연기를 정말 잘해 주어서 박진감 넘치고, 공포의 중압감을 느낄 수 있어서 무서우면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작품을 보는 독자들과 전시를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작품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니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하고 봐주셨으면 하고, 전시에 대해서는 반대로 안심할 수 없이 직접 경험하게 되는 부분이라서 소리도 지르면서 공포를 즐겨 주시고 캐릭터들이 피해를 입히지는 않으니 이 부분에서는 안심하고 즐겨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 여름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의 대흥행과 이에 힘입어 연장된 전시, 그리고 부산 투어 확정을 기념하며 성사된 내한 행사는 이토 준지 작가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큰 감동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는 11월 3일까지 홍대 전시장 덕스(DUEX)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12월 부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